‘So where the bloody hell are you?’
이것은 제가 2006년 6월경 호주로 워킹홀리데이를 떠날 때쯤 TV에 한창 나오던 호주 관광청의 광고 카피입니다. 시간이 지난 지금도 그 광고 속의 여자 모델이 말한 이 카피가 제 귀에 생생하게 들려오는 것 같네요.
호주…그 이름만으로도 저를 설레게 하는 나라입니다. 호주는 제게 도전의 나라였고, 기회의 땅이었으며 소중한 기억으로 남아있는 곳입니다. 그럼 지금부터 제가 겪고 배우고 느낀 호주에 대해 이야기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왜 당신은 호주를 가고 싶어하나요?
호주를 갈 예정이신가요? 그럼 가장 먼저 진지하게 자신에게 위의 질문을 해 보세요. 그 답은 영어공부가 될 수도 있고, 여행도 될 수 있으며 단순 관광일 수도 있겠죠. 분명한 것은 자신의 목표에 따라 호주 생활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 곳에서 목표란 놈은 당신을 이끌어 주고, 당신에게 길을 가르쳐 주며 당신을 단련시켜주는 둘도 없는 친구입니다. 당신이 원하는 이상형처럼 구체적이고 분명한 목표를 잡으세요. 호주 생활을 마치고 돌아오는 당신에게 그 목표는 분명히 현실로 나타날 것입니다.
영어를 잘 하세요? 아니면 돈이 많으신가요?
저는 워킹홀리데이를 희망하는 사람들에게 항상 이렇게 이야기를 합니다. “기본적인 영어 실력을 가져가시든 돈을 많이 가져가시든 둘 중 하나는 꼭 챙기세요” 라고 말이죠. 사실 워킹홀리데이를 준비하는 사람들을 보면, 호주 땅을 밟으면 자연스레 영어도 늘고 돈도 생길 것이라는 막연한 환상 속에 빠져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명심하세요. 호주는 한국이 아닙니다. 다시 말해, 한국에서는 그렇게 친구가 많고 인기도 좋은 당신이 호주에서는 세상에 둘도 없는 외톨이가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죠. 또한 호주인들을 비롯한 외국인들은 한국에서 당신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다정다감한 선생님들이 아닙니다. 영어를 못하는 아시아인에게 관심을 가지고 웃으며 다가와 먼저 말을 건넬 것이라는 환상에서 빨리 벗어나세요. 물론 그들이 당신에게 먼저 인사를 할 수는 있지만 당신이 어색한 웃음만 짓고 있다면? 아마 이후엔 그들도 당신에게 어색한 웃음만 지을 것입니다.
또한 호주에서 일을 하면서 생활을 할 계획이시라면 더욱이 영어를 잘 준비하세요. 호주에는 영국, 아일랜드 등 영어권 국가에서 오는 친구들이 많습니다. 단순히 아르바이트 자리라도 그들과 경쟁해서 얻으려면 당신의 넘치는 열정에 기본적인 영어실력을 조금 보태주는 것이 좋겠죠?
저 같은 경우는 백패커스(여행자 숙소)에서 룸메이트로 있던 아일랜드 친구가 하던 일을 이어서 하게 되었습니다. 목수 보조 같은 일이었는데 제가 거기서 일한 최초의 아시아인이라고 하더군요. 호주 갈 때 가져온 돈을 거의 다 쓰고 한국 돈으로 20만원이 남았을 무렵 구한 일이라 더욱 감격스러웠죠. 하지만 몇몇의 워킹홀리데이를 온 한국 사람들은 저에게 그 일을 구한 것은 ‘단지 운이 좋아서’라고 하더군요. 하지만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물론 제가 운이 좋은 것도 있겠지만, 저는 그 운을 받을 준비가 되어있었다고요. 저는 아직도 그 일을 구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 아일랜드 친구와 술을 마시며 우정을 쌓을 수 있을 정도로 영어 공부를 했었기 때문이라고 믿습니다.
그럼 영어를 잘하고 싶으세요?
전 사실 처음에 호주에 도착했을 당시만 해도 주문을 못해 밥을 굶을 정도로 영어가 서툴렀습니다. 호주를 오기 전에 한국에서 만난 호주 친구에게 발음 교정도 받고 나름 준비를 했다고 생각했는데 너무 생소한 말들에 많이 당황을 했었죠. 하지만 짧고도 긴 1년 정도의 호주 생활을 마치고 돌아올 때는 외국인들과도 금방 친구가 될 수 있고,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을 어느정도는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영어 실력이 많이 늘었습니다. 그럼 제가 생각하는 ‘호주에서 살아남기 위한 영어 공부’에 대해 이야기 해 볼게요.
첫째, 자신감을 가지세요
가장 중요한 것은 당 신안의 자신감입니다. 내가 저 사람과 말을 해보고 싶다, 내가 저 음식을 시켜먹고 싶다, 내가 저 것을 사고 싶다, 내가 저 곳에 가고 싶다 등등… 당신 안의 목소리를 당당하게 영어로 표현해 보세요. 호주는 영어권 국가입니다. 다시 말해, 식당에 가면 회화 교재의 ‘식당편’ 에 해당하는 영어를 체험할 수 있고, 백화점에 가면 ‘쇼핑편’ 을 직접 경험해 볼 수 있다는 것이죠. 이러한 기회를 한국사람들과 어울려 다니며 한국말을 하고, 한국식당에서 일을 하며 단순히 회화 책을 달달 외우는 것으로 날려버리고 싶지는 않겠죠?
둘째, 잠시만 한국어는 잊어주세요.
호주에 가서까지 꼭 한국인들과 어울리고 싶으세요? 뭐 물론 이해는 합니다. 가져온 돈은 떨어져 가고, 일자리는 구해지지 않고, 백패커스에 있는 외국인 친구들의 시선은 차갑기만 하고… 하지만 전 그러한 어려움은 어차피 각오하고 갔었기에 이겨내려 노력을 많이 했죠. 전 필요 이상으로 한국인들을 피해(?) 다녔습니다. 뭐 그 이유가 다른 데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단지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운 경험을 하며, 한국말이 아닌 새로운 언어를 사용하며 호주라는 땅에서 지내보고 싶었을 뿐이죠. 아무튼 호주에는 많은 한국인들이 필요 이상으로 함께 모여서 다닙니다. 술집에서도 관광지에서도 말이죠. 심지어 백패커스에서 토익 스터디 그룹까지 만들어서 공부하시는 분들도 봤습니다. (제가 감히 한 말씀 드리죠. 워킹홀리데이로 오시면 시험용 영어와 일상 생활에 필요한 영어가 무엇인지를 확실히 알게 되실 겁니다.) 뭐 제가 이분들의 워킹홀리데이 생활을 평가할 자격은 없습니다. 사실 그러기도 싫고요. 하지만 호주에서의 그 소중한 시간마저 이렇게 한국사람들과 마치 한국에 있는 것처럼 지낸다면 무엇을 얻을 수 있겠습니까? 저처럼 한국인들을 피해 다니실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될 수 있으면 많은 사람들을 만나보시고 많은 경험을 얻으려 노력해 보세요. 호주에서는 생활 자체가 영어 학습입니다. 이런 소중한 시간을 허비하지 마세요.
셋째, 발음 교정을 하세요.
많은 한국 사람들이 외국인들은 ‘내가 대충 발음해도 알아듣겠지’ 라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하지만 분명히 아셔야 할 것은 그들이 상황적으로 그냥 추측해서 이해한다는 것입니다. 영어는 한국어가 아닙니다. ‘Radio’를 ‘라디오’로 발음하는 것은 한국말을 하는 것이지 영어를 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세요. 그리고 발음이 좋아지면 당연히 듣기도 잘 됩니다. ‘I want to go shopping’을 ‘아이 원트 투 고 쇼오핑’ 이라고 발음하는 사람은 같은 말임에도 ‘아 워나 고 샵잉’ 이라고 빨리 말하면 잘 못 알아 듣습니다. 이러한 사람은 자신이 발음하는 데로만 알아들을 수 있죠. 부끄러워하지 말고 당당하게 발음을 하세요. 당신이 호주에서 써야 할 언어는 영어입니다.
저 같은 경우는 호주에 가기 전에 한국에서 한 호주 친구를 만났었습니다. 그 친구에게 영어를 가르쳐 달라고 했더니 발음을 정확하게 하는 법을 가르치더군요. 그 친구를 단 한달 정도 밖에 만나지 못했지만 저는 그 친구가 가르쳐준 발음법을 항상 잊지 않고 호주에서 영어로 이야기를 할 때 신경을 써서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귀국할 때쯤에는 외국 친구들이 인정할 정도로 발음이 좋아졌죠. 그리고 덤으로 듣기 실력까지 많이 좋아진 것 같습니다.
넷째, 주어진 ‘영어 사용 환경’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세요.
저 같은 경우는 호주에 지내는 시간의 대부분을 백패커스에서 생활했습니다. 가격이 저렴한 것도 있지만 각국의 친구들이 한 곳에 모여있는 이상적인 ‘영어 사용 환경’이 더 큰 매력이었죠. 이러한 점에서 저는 백패커스를 ‘기회의 숙소’라고 생각합니다. 저의 노력에 따라 무료로 제게 영어를 가르쳐주는 선생님 같은 친구들을 사귈 수도 있고, 흔히 경험할 수 없는 다양한 상황에도 놓이게 되죠. 물론 영어가 유창하지 않은 한국인으로서 한 백패커스에서 적응을 하기는 사실 쉽지 않습니다. 인종 차별을 떠나서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과 굳이 친하게 지낼 이유가 그들에게는 없기 때문이죠.
저도 처음에는 홀로 외톨이 생활을 며칠 했습니다. 뭐 영어가 부족했던 점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부족한 자신감으로 인해 방 안에서만 생활을 했었어요. (다른 외국인 친구들이 그 때 저를 보고 정말 내성적이고 소심한 아이인 줄 알았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같은 방 친구들과 점차 친해지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자존심 버리고 같은 방에 있었던 한 캐나다 친구에게 도움을 청했죠. 뭐 별건 아니었어요. 그냥 제가 말을 할 때 답답할 수도 있겠지만 참을성을 가지고 들어주고, 틀린 부분이 있으면 이야기를 좀 해달라는 정도였으니까요. 그리고 저 나름대로는 매일 DVD를 영어 자막으로 보면서 공부를 했습니다. (그때 제가 주로 본 것은 심슨 가족(The simsons)처럼 일상 생활에서 쓰는 표현들이 많은 것들이었죠.) 그렇게 영화에서 배운 표현들을 응용하여 사용하니 기억 하기도 쉽고, 외국 친구들도 좋아하더군요. (사실 친구들이 처음에 저와 대화했을 때는 ‘자동응답기(?)’와 이야기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하더군요. 제 표현이나 억양이 듣기에 좀 딱딱했던 가봐요.)
그러던 중에 전 제가 묵었던 숙소에서 일주일에 한번씩 있는 ‘텍사스 홀덤(포커게임의 일종)’이라는 이벤트 게임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한국에서는 한번도 해보지 않은 게임이었고요, 그 대회 전에 단 2번 같은 방 친구들과 해본 게 다였죠. 하지만, 전 처음 참여한 그 대회에서 우승을 했습니다. 뭐 우승이라고 하기에는 말이 좀 거창하지만 40여 명이 참여한 게임에서 1등을 했으니 그 게임에 참여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에는 충분했죠. 그날 전 호주 돈으로 130달러에 달하는 ‘술 쿠폰(?)’을 받았습니다. 그날 전 아낌없이 그 돈으로 같은 방 친구들을 포함한 숙소 사람들과 술을 마셨죠. 그 이후에는 그 숙소에서 유명 인사(?)가 되었답니다. 뭐 이야기가 다른 쪽으로 빠지는 것 같은데, 아무튼 이런 식으로 사람들과 친해지고 저로서는 영어를 사용할 기회가 점차 늘어나게 되었다는 거죠.
아무튼 제가 생각하는 워킹홀리데이를 통해 얻은 ‘영어 실력 향상법’ 을 정리해 보면,
1. 자신감을 가지고
2. 발음 교정을 하고(영어를 영어로서 사용하기 위해)
3. 영어를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스스로 만들고
4. 주어진 영어 사용환경을 적절히 이용하라는 것입니다.
저는 오랫동안 외국에서 생활하신 분들처럼 모든 부분에서 유창한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제가 경험한 상황에서는 외국인 친구들과 원활한 의사 소통을 할 수 있는 정도의 영어 실력을 가지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지금은 제가 경험하지 못한 비즈니스 상황에서의 영어를 공부하고 있는 중이죠. (영어라는 게 익히기는 무지 힘들어도 잊는 건 정말 쉽더라고요.)
쓰다 보니 글이 주체하기 힘들 만큼 길어지고 있는데요, 아무튼 이렇듯 호주에서 저는 영어 실력과 다양한 경험, 거기에 많은 외국인 친구들까지 얻었었습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잊을 수 없는 값진 추억들을 만들었고요.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제 입가에 미소는 떠나질 않네요.
그럼 호주에 대한 좋은 추억을 가지신 분들과 그 추억들을 만들어 나가실 분들이 항상 행복하기를 바라면서 이만 글을 줄이도록 하겠습니다. 적지 않은 양의 글을 읽으시느라 고생들 많으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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