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Public Relations)'이라는 단어와 '홍보'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PR agency, 홍보대행사, 홍보담당자, PR컨설턴트, 언론홍보, 홍보실 등...이 두 단어는 혼용된 형태로 많이 사용되고 있지요.
이에 대한 두 가지 입장이 있어 공유해보고자 합니다.
1. 이론적 측면 많은 사람들이 'PR=홍보', 즉 'PR을 우리말로 하면 홍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따져보면 홍보와 PR은 의미 자체가 다른 말입니다. PR의 경우 '공중 관계(Public Relations)'로서 주로 '공중과의 우호적 관계 유지 및 개선', 즉 '관계'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반면 홍보는 한자말 풀이와 같이 '널리 알린다'는 의미로서 '알림'에 그 초점이 맞추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점에서 두 단어는 전혀 다른 말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의미상의 지향하는 바가 다르기 때문에 같은 말이라고 하기에도 문제가 있습니다. 이러한 점에서 홍보는 PR 활동 중의 하나이자 오히려 'Publicity'에 가까운 의미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2. 실무적 견해(by 커뮤니케이션즈 코리아 김경해 사장님) PR과 홍보에 대한 다른 견해가 있는지 찾아보다 커뮤니케이션즈 코리아 김경해 사장님의 블로그(www.kimkyonghae.com)를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학창시절부터 간접적이나마 많은 영향을 받아왔던 터라 포스팅하신 글들에 많은 관심이 가더군요. 그 중에 'PR'과 '홍보'라는 제목의 글이 있어 유심히 읽게 되었습니다. 앞에서 언급한 이론적 측면과 달리 실무적 측면에서의 깊이있는 고민이 느껴지는 글이였습니다. 아래는 해당 글의 일부분입니다.
어떤 개념이 지닌 뜻은 본질적으로 정해진 것이 아니며,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면서 그 의미가 변화한다. 만일 ‘홍보’와 ‘PR’이 같은 뜻으로 쓰일 수 있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필요에 따라 전략적으로 어느 한 용어를 선택할 수 있다. 하지만 그동안 많은 홍보인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정부나 민간기업의 홍보활동에서 국민들은 주로 부정적이고 냉소적인 의미를 읽어내고 있다. 특히 부정적인 의미에서 ‘홍보’는 주로 대중매체를 통한 언론홍보(publicity)를 뜻하는 것으로 그 의미가 축소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고 그동안 “진실(truth)”을 생명으로 하는 'PR'과는 달리 '홍보'는 “과장”, “분장”, “분식”하는 도구로 많이 사용되어 왔다. 안타깝지만 국가홍보라고 얘기하면서 일방적으로 한쪽 측면만 부각시켜 왔고 언론홍보라고 하면서 언론플레이에 포커스를 맞추어 왔다. 또한 기업홍보라고 하면서 방어적 PR(defensive PR)에 역점을 두면서 “진실”과는 다소 거리가 먼 일방적인 측면만을 부각시키기 위한 활동이 있었음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심지어 일부 고위공무원들은 정책이 잘못되었어도 “홍보인”만 개입되면 좋은 정책으로 둔갑시켜 준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바로 이러한 오래된 문제점들 때문에 한국PR기업협회와 한국 PR협회를 창립할 때 창립멤버들은 “홍보”라는 단어 대신에 “PR”이라는 단어를 선택했던 것이다. - 출처: 커뮤니케이션즈 김경해 사장 블로그, 'PR'과 '홍보' 中
이 글을 읽다보니 단순히 PR과 홍보를 이론적 혹은 사전적으로만 구분할 것이 아니라 두 단어에 대한 사회적 인식 역시 고려해 봐야 한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국내에 PR이 소개된 후로 PR에 대한 관심은 지속적으로 커져왔고, 업계 발전을 위한 논의도 많이 이루어져 왔습니다. 하지만 정작 우리가 사용하는 이 단어들은 아직도 논란의 소지가 있습니다. 물론 이는 개인이나 몇몇 단체가 해결할 수 있는 일은 분명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이를 이대로 방치한다면 PR은 'Public Relations'가 아닌 'Publicity Relations'로 인식되어 질지도 모릅니다.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그리고 이론과 실무적 측면을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실제적인 관점에서의 정립이 필요한 시기라는 생각이 드네요. PR이라는 울타리 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고민해 봐야 할 문제인 것 같습니다.
1) Public Relations at its core is exactly that, the relations you or your company have with the public. - by Eric Yaverbaum, PR for Dummies 저자
2) PR - 공중(公衆)과의 관계를 좋게 하기 위한 행위 또는 기능, PR 광고나 퍼블리시티 등은 PR 활동의 일부이다. PR의 주체는 개인 또는 조직체이며, 이 조직체에는 정부 ·공공사업체 ·자선사업체 ·영리사업체, 기타 모든 기업이 포함된다. 제3대 대통령 T.제퍼슨이 의회에 제출할 교서(敎書)의 초고(草稿)를 쓰고 있다가, ‘public sentiment(공중의 감정)’라는 말 대신에 ‘public relations’로 고쳐 쓴 것이, PR이 쓰이기 시작한 최초라고 한다. - by Naver
3) Public Relations practice is the art and social science of analyzing trends, predicting their consequences, counseling organization leaders, and implementing planned programs of action which will serve both the organization’s and the public interest. - by 1978년 세계PR대회에서 채택된 PR정의
4) 조직과 대중 사이에 신뢰와 상호이해를 확립하고 유지하기 위한 계획적이고 일관된 노력 - by 영국PR협회
5) PR은 조직과 대중이 서로 적응 할 수 있도록 돕는 것, 여러 그룹에 속한 사람들의 협력을 얻기 위한 조직의 노력이자, 주요 대중들과 효과적으로 상호작용하고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을 돕는 행위 - by 미국 PR 소사이어티
세상에는 PR에 대한 수 많은 정의들이 있습니다. 조직과 공중과의 관계 개선, 우호적 관계 구축 등등...하지만 내 귀엔 왜이리 뜬구름 잡는 소리로만 들리는걸까요?
아래 대화는 거의 일상다반사입니다.
어머니 - "회사에서 어떤일 하니?" 나 - "홍보업무요" 어머니 - "홍보가 뭐하는 건데?" 나 - "음...한마디로...한마디로는 안되겠고...자세히 말하자면...기업이나 단체 뭐 이런 조직과 공중과의 긍정적인 이미지 어쩌고 저쩌고...언론홍보, 위기관리 같은 여러업무 어쩌고 저쩌고 ...요즘은 웹 2.0시대라 블로그나 온라인 홍보도 어쩌고 저쩌고...뭐 이런 업무죠" 어머니 - "어...그래...뭐 여러가지 하네..."
언젠가 한번은 대학병원 홍보팀에 계시는 분에게 이런 이야기도 들은 적이 있구요.
"한번은 전산팀에서 환자 보호자들에게 보내는 안내문을 잔뜩 들고 왔더라고. 전산팀 업무가 밀려있으니 홍보팀에서 발송을 좀 하라는거야. 기가 막혀서 왜 이걸 홍보팀에 가져왔냐고 물었더니...환자 보호자들도 병원의 공중이니 그들과의 우호적인 관계개선을 위해 이 안내문을 보내는 것도 홍보아니냐고 하더라고...결국 총무팀 아르바이트 학생들이 안내문을 발송했지만 '코에 걸면 코걸이' 식으로 홍보를 생각하는게 좀 기분이 나쁘더라고"
대학교에서 전공(광고홍보학)을 통해 PR의 이론적인 부분을 배웠고, 사회에 나와 PR 실무를 하고 있지만...아직도 전 PR이 무슨 일이라고 시원하게 설명하지 못합니다.('피할건 피하고 알릴건 알린다? 피나게 알린다?'라는 말은 이제 그만...ㅡㅡ;;)
제가 내공이 너무나 부족한 탓이겠지만...PR이라는 한 단어, '조직과 공중간 우호적 관계'라는와 같은 말들로 이 분야를 설명하기엔 너무나 선이 모호한 것 같습니다. 마치 농구, 배구, 축구, 야구를 그냥 '구기종목'으로 묶어놓은 듯한 느낌마저 들구요.
No try, No gain... 더이상 'PR을 하느라 바빠서 PR이 뭔지 설명하지 못한다'는 변명은 통하지 않는 세상입니다. 이제 모두의 언어로 설명할 수 있는 PR이 필요한 시기가 아닐까요? 세상은 갈수록 전문화 되어가고, 소비자들의 수준은 날로 높아져만 갑니다. 따라서 이러한 시대가 필요로하는 것은 어쩌면 'PR Expert'가 아니라 'MPR Expert', 'Social media Expert', 'Crisis Management Expert' 처럼 좀 더 세분화되고 전문화 된 PR人일지도 모릅니다.
버네이즈는 이러한 논쟁을 ‘새로운 경쟁(the new competition)’이라고 부르며, 긍정적인 측면에서 반응했다. 버네이즈는 명암있는 경제학자가 서명해서 경영학 교수들에게 보내게 될 편지 초안을 작성했는데 거기에 다음과 같은 내용을 썼다. “이런 식으로 공정하게 치러지는 전투라면, 토의할 수 있는 문제의 양면을 대중들에게 보여줌으로써 자유 경쟁이라는 민주주의 원칙을 전면에서 부각시킬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이 맡은 고객사와 제품에 대한 비난적 여론을 이렇게 공론화 할 수 있는 그의 ‘그릇’이 그저 놀랍기만 합니다. 그는 언론의 특성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고,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에 대해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던 것 같네요. 정말 사고의 폭이 남다른 인물임에는 여지가 없는 듯 합니다.
“사장님이 담배갑 색을 바꾸지 않을 거면, 패션의 유행색을 바꾸시지요. 녹색으로.”라고 버네이즈는 얘기했다…버네이즈의 장점은 대중이 무엇을 선호하는지 또한 선호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알아내고, 그리고 나서 클라이언트의 필요에 맞게 그런 성향을 재조정해나가는 것이었다.
이 부분은 에디의 이야기 중에서 제가 가장 감명을 받은 부분이었습니다. ‘담배갑의 색상보다는 그에 대한 인식을 바꾸어 버리겠다’는 그의 생각은 지금까지도 제 사고력의 모델이 되어주고 있죠. 거기에 더 배울만한 점은 그가 이러한 자신의 생각을 현실에서도 성공시켰다는 점입니다. 그는 녹색을 유행시키기 위해 녹색 무도회(Green Ball)이라는 이벤트를 기획하였고 참석자들에게 녹색 옷과 녹색 액세서리를 착용하도록 하였으며, 녹색 음식에 녹색에 대한 강연을 준비하였습니다. 이 행사는 여러 매체를 통해 일반에 보도되었으며 결국 녹색은 그의 계획대로 그 해의 가장 유행하는 색상이 되었죠. 제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이것이 에디의 가장 돋보이는 업적인 것 같습니다.
버네이즈는 ‘간접적 수단의 매력(appeals of indirection)’이라는 표현을 더 즐겨했다. 이는 클라이언트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길을 계획하면서 멀리 빙 돌아가는 듯 보이지만 결국에는 당장 시급한 장애물은 물론 근원적인 걸림돌까지도 없애는 방식이다. 돌이켜 보면 그의 이런 방식을 더 간단하게 명명할 수 있겠다. 원대한 사고(Big think)라고.
그의 PR은 단지 클라이언트의 매출을 증대시키는데 국한되어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항상 멀리보고 경쟁사를 이기는 전략보다 업계 전반의 성장을 가져올 수 있는 PR활동을 전개하였습니다. 이러한 그의 노력은 베이컨과 달걀을 미국인들의 아침으로 만들었고, 많은 집에 책 선반이 설치되도록 하였으며 아이보리 비누를 전 미국인들이 사용하는 비누로 만들었습니다. 그는 유명인들 혹은 전문가들의 공신력을 활용하는 법을 알고 있었고, 사람들에게 단순 구매를 유도하기 보다 PR제품과 관련된 꾸준한 습관이 생기도록 하였습니다. 아마 이러한 점들이 그의 방식을 원대한 사고라고 칭하게 된 배경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는 PR 자문이 법률자문 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했지. 왜냐하면 법률자문은 선례를 기초로 하지만, PR자문은 실질적으로 선례를 만드는 일일 수 있기 때문이야. 그래서 우리는 변호사들이 청구하는 수임료를 알아보고, 그보다 더 많은 돈을 청구했어.”
“라틴어구 ‘Quantum meruit(일한 만큼의 가치)’에 근거를 두고, 개인이나 기업은 당신이 돈을 적게 청구했을 때 보다는 많이 청구했을 때 당신이 제안하는 것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더 크다.”라고 주장했다.
일반적으로 ‘홍보는 저렴하다’는 잘못된 인식이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수 많은 이론서적에서 조차 홍보는 비용이 적게 든다는 점만을 강조하는 듯 하구요. 그래서인지 아직 명확한 대행료 청구체계가 없는 듯 합니다.
물론 대행료를 많이 받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노력을 기울여야 하고, 그만큼 양질의 업무 성과를 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현재의 대행료는 홍보인들의 노력에 비해 많이 낮게 책정되어있다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좀더 체계화되고 수치화할 수 있는 홍보대행료 청구체계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버네이즈의 첫 번째 규칙은 PR은 양방향성이라는 것이다. 한 측면에서, PR인은 가능한 한 바람직한 이미지를 드러내며 클라이언트를 공중에게 이해되도록 한다. 마찬가지로 공중을 클라이언트에게 이해시키는 것도 중요하다. 즉, 기업에게 소비자가 원하고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려주고, 기업이 소비자에게 했던 것처럼 소비자를 위해 기업 행위를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대행사에서는 흔히 위의 규칙을 잘 지키지 못하는 사람을 일컬어 ‘철가방’이라고 칭합니다. 아무런 대안 혹은 의견 제시 없이 그저 상호간의 생각만을 배달한다고 해서 그렇게 부르곤 하죠. 이러한 점에서 AE는 중간자적인 입장에서 핸들링을 잘해야 할 것 같네요. ^^
“공중의 의식이 분명한 형태를 띠고 표출되기 전에, 즉, 모호한 상태일 때 여론 결정을 주도하는 것이 PR인의 역량이며, 바로 이러한 능력 때문에 PR인이 가치 있는 것이다”
요즘 인터넷의 발달로 인해 온라인 상의 공중이라 볼 수 있는 네티즌들의 의식 수준이 하루가 다르게 높아져 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로 인해 그들의 의식은 짧은 시간 내에 분명한 형태를 띠게 되고 블로그나 커뮤니티 등을 통해 바로 표출되죠. 예전에는 신문 혹은 방송에서 얻은 정보를 통해 조금은 수동적으로 공중이 형성되었다고 하면 요즘은 자발적이고 능동적으로 공중이 형성되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점에서 현재의 PR인들은 예전보다 좀 더 빨라야 하고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 같습니다.
자 이제 이쯤에서 에디와 관련된 저의 글을 정리하려고 합니다. 글을 적다 보니 에디와 관련된 좋은 내용만을 중심으로 전개해 온 것 같네요.(물론 책에서는 에디의 사생활이나 프로이드 삼촌과 관련된 이야기들도 있고, 정보조작의 아버지(the father of spin)이라고도 불렸던 그의 PR활동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합니다.) 제가 에디를 좋게만 바라보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그것은 바로 그가 제게 PR과 관련된 많은 영감을 준 인물이고 그 속에서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제 겨우 PR이라는 영역에 발을 디딘 초보 PR인입니다. 하지만 제가 바라는 PR인으로서의 제 모습은 PR 역사의 초기에 에디가 그러했듯이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PR인이 되는 것 입니다. 그래서 언젠가는 제 스스로의 방법으로서 새로운 양식, 문화, 트랜드를 창출해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저 뿐만이 아니라 모든 PR인들이 자부심을 가지고 PR이라는 영역을 꾸준히 발전시켜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이 글의 모든 인용문은 ‘여론을 만든 사람, 에드워드 버네이즈’(커뮤니케이션북스, 래리 타이 지음)에서 발취하였습니다.
에드워드 버네이즈(Edward L. Bernays)를 아시나요?
PR에 대해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으시다면 누구나 이 이름을 들어보셨으리라 생각됩니다. 그는 ‘PR의 아버지’, 때로는 ‘정보 조작의 아버지’로 불리며 PR이라는 영역에서 자신의 열정을 불태웠고 PR계의 전설적인 사례들 속에 자신의 자취를 남겼습니다.
‘버네이즈는 여성들을 흡연하도록 만든 사람이었고, 아침 식탁에 베이컨과 계란 프라이가 올라가게 한 사람이었으며, 욕실에는 아이보리 비누를, 책장에는 책을, 백악관에 캘빈 쿨리지(Calvin Coolidge)를 입성시킨 사람이었다.’
사실 저는 광고홍보학과를 전공했지만 홍보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한 것은 4학년이 되고 나서였습니다. 3학년 때까지는 홍보가 무엇인지도 모른 채 그저 광고에만 관심을 두며 살았죠. 그러다 우연히 한 권의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그것이 바로 이 에드워드 버네이즈에 관한 책이었죠. 적지 않은 페이지 분량에 아무런 그림도 없이 자그마한 글들로 빽빽하게 채워진 그런 책이었습니다. 하지만, 한 장, 한 장 읽어 나갈수록 왠지 모를 기운 속에 빠져가는 느낌이었죠. 그러다 밤을 거의 꼬박 새워 이 책을 다 읽어버렸습니다. 잠도 못 잔 채였지만 제 정신만은 그 어느 때보다 맑은 느낌이었습니다. 마치 어질러진 방이 말끔히 청소된 느낌이었죠. 그렇게 저는 에드워드 버네이즈의 손에 이끌려 PR이라는 영역에 발을 딛게 되었습니다.
그는 PR을 전개함에 있어 언제나 자신감에 차있었고 어느 누구보다도 더 크게 그리고 대담한 구상 속에서 PR 활동을 펼쳤다. 그러한 그의 PR 활동은 미국 역사 주요 장면이의 연속이었으며, 이는 오늘을 사는 우리 PR인들에게 스스로 일의 가치를 되새기고 자부심을 갖도록 이끌어 주고 있다. 또한 그의 PR 활동은 미 국민들의 삶의 방식을 바꾸어 놓았으며, 새로운 양식과 문화, 트랜드를 창출했다.
사실 그를 통해 제가 얻은 것은 단지 PR에 대한 관심만은 아니었습니다. 그로 인해 제가 정말 얻은 것은 바로 PR이라는 영역이 가진 ‘무한의 가능성’이었습니다. 그것을 통해 저는 사물의 이면을 생각해 볼 수 있는 사고의 여유까지 가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비밀은 오래가지 않았고, 에디도 이 결혼식의 깜짝 내용을 아껴둘 생각이 없었다. 왜냐하면 결혼식 이야기가 큰 기사 거리가 되어 자신과 클라이언트인 호텔, 그리고 여성 운동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기 떄문이다.
그는 자신의 결혼식을 자신의 클라이언트 호텔에서 진행하였습니다. 그리고 숙박부에 아내의 처녀 때 이름을 등록하게 하였죠. 이것은 지금의 시대에서는 아무렇지 않은 하나의 에피소드에 그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남편의 성을 따르는 미국의 관습을 깨버린 획기적인 사건이었고 그의 아내를 하루 밤 만에 여권운동의 새로운 상징으로 만들었으며, 낡고 고리타분한 이미지를 가진 클라이언트의 호텔을 페미니즘을 대표하는 혁신적인 이미지의 호텔로 변화시킨 놀라운 사건이었습니다. 에디는 자신의 결혼식마저 PR활동의 한 부분으로 여겼던 거죠. 물론 이 부분에 대한 논란의 소지가 있을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굳이 긍정적인 부분만을 생각해 본다면 이는 그의 삶 속에 얼마나 PR이 깊이 자리잡고 있었는지를 반증하는 사건이었다고 해석해 볼 수도 있겠습니다.
만약에 장애물로 보이는 것을 기회로 만들 수만 있다면, 그 어떤 것도 이루어질 수 있을 것으로 그는 믿었다. 그러므로 필요한 것은 사람들이 어떻게 장애물과 기회를 정의하는가에 대한 약간의 통찰력과 사람들이 그러한 정의를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몇몇 창조적인 자극물이었다.
흔히 사람들은 ‘이미 엎질러진 물’이라는 표현을 되돌릴 수 없는 일로 받아들이고 쉽게 포기하고는 합니다.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은 새 물을 담을 수 있다는 또 다른 기회를 의미하기도 하죠. 아마 에디도 이러한 긍정적인 사고를 통해 위기를 기회로 전환시켰나 봅니다.
자신들은 단순히 재미있는 연극을 본 것 이상의 어떤 의미 있는 행동을 하는 것이라고 느끼게 하는 것이었다. 에디는 이것을 사적인 이해관계를 공적 이해관계에 연결시키는 것이라고 불렀다.
이러한 이해관계의 연결 과정은 요즘 기업들의 사회공헌 활동과 비슷한 점들을 많이 가지고 있는 듯 합니다. 적절한 사례인지는 모르겠으나 ‘유한킴벌리’가 지난 지난 84년 이래 16년 간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환경보호 캠페인 활동을 전개해 온 것을 위의 과정과 동일한 형태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당시 이 캠페인으로 인해 소비자들이 유한킴벌리의 제품을 구매하는 데 있어 마치 자신이 환경보호 운동에 일조했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었다는 점에서 말이죠. 유한킴벌리의 특성 상 나무를 많이 사용할 수 밖에 없지만 위의 캠페인 활동은 유한킴벌리에게 친환경 기업으로서의 이미지까지 얻을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PR적인 측면에서 볼 때 최고로 꼽히기에도 부족하지 않은 캠페인 사례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드네요.
일반 대중은 발레에 대해 알지도 못하며, 좋아하지도 않는다고 생각했던 에디는 대중을 교육시키고, 그들의 태도를 바꾸는 일에 착수했다.
이 부분을 읽을 때 저는 제 자신이 너무나도 부끄러웠습니다. 아마 제가 에디의 상황이었다면 인지도가 낮은 분야에 대해 일을 맡게 된 것에 걱정과 근심이 들었을 테니까요. ‘대중이 모르면 알게 하고, 나아가 그것을 좋아하게 만들겠다’는 에디의 큰 생각이 대단하게 느껴지지 않을 수가 없네요.
에디는 항상 자신의 온화한 성향을 자랑스러워했다. 즉, 그는 감정보다는 사실로 이야기했고, 분노보다는 이성으로 반응했다…그의 동기와 효율성에 대해 의문을 가져보라, 그러면 에디는 당신이 틀렸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모든 전술적이고 창조적인 방책을 늘어놓을 것이다.
전 사춘기시절을 보내면서 가수 신해철의 영향을 많이 받은 편입니다. 노래도 좋아했지만 그보다 그의 유창한 언변과 사물을 해석하는 관점에 더 많은 매력을 느꼈었습니다. 그는 그의 주장을 남들에게 설득하는 데 있어 탁월한 감각을 가지고 있죠. 그는 늘 새로운 관점에서 현상을 이해하고 그것을 통해 한 발 앞선 의견을 많이 제시하였습니다.
그 한 예로 ‘O양 비디오’사건을 들 수 있습니다. 당시 모든 언론과 사람들은 ‘O양’에 대해 손가락질을 하는 분위기였죠. 하지만 그는 달랐습니다. 그는 한 토크쇼에 출연해 당당히 자신도 그러한 비디오를 찍고 싶다며 사람들을 놀라게 만들었죠. 하지만 이것은 단지 그의 아집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당당히 “사랑하는 연인들이 사랑하는 모습을 담은 것이 죄냐, 그것을 몰래 훔쳐보며 손가락질을 하는 것이 죄냐”며 군중심리에 이끌려 그녀를 욕하던 많은 사람들에게 일침을 가했죠. 물론 저도 그 일침을 맞았구요ㅎㅎㅎ 아무튼 에디의 위와 같은 성향과 신해철의 성향은 어딘지 모르게 비슷한 부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